단말기유통법이 10년만에 폐지된다. 대형마트의 주말 영업이 가능해지고, 대형마트 온라인의 새벽 배송도 허용된다. 웹툰·웹소설 등 새로운 형식의 출판물에 대해선 도서정가제 적용이 제외된다.
정부는 22일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 다섯번째 생활규제 개혁’을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민의 일상과 경제활동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표규제 단말기유통법, 도서정가제, 대형마트 영업규제 등 3가지에 대해 정부 개선방향을 보고하고 국민 참석자들과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이번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개선방안을 조속히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단말기유통법과 유통산업발전법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경우 시행시기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단말기유통법 10년만에 폐지
정부는 통신사, 유통점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현행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단말기 유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해 일부 사용자에게만 과도하게 지급된 보조금을 국민 모두가 부당한 차별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동통신사업자간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는 서비스·요금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이 위축돼 국민들이 단말기를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그동안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통사와 협의해 중간 요금제를 출시하고, 최근에는 3만원대 5G 요금제 최저구간도 신설하는 등 다양한 이동전화 요금 부담경감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프리미엄 모델 중심으로 출시되고 스마트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단말 구입비용 부담을 낮추기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단말기유통법의 경우 미국·영국·프랑스 등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대부분의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법이어서 글로벌 규제 스탠다드에 부응하지 못하는데다, 시장경쟁 강화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이 필요한 상황을 감안해 단말기유통법 관련 규제정비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이동통신사업자간의 자율적인 보조금 경쟁을 통해 단말기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경쟁을 유도하되, 보조금을 받지 않은 소비자에게도 통신비 절감 혜택을 주는 선택약정 할인제도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요금할인 혜택이 지속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앞으로 단말기유통법 폐지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논의를 거치고 소비자, 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주말영업 규제 폐지, 새벽배송도 허용
정부는 쇼핑 편의를 높이기 위해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을 추진해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또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도 지속해 새벽배송 가능지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자정부터 10시까지 대형마트는 영업을 할 수 없고, 월 2회 의무 휴업을 실시하는데 공휴일 휴무가 원칙이다. 다만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치면 평일 전환이 가능하다. 또한 영업제한시간과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당초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변화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제약 등 국민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어 규제의 원점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는게 정부 판단이다.
대형마트 주말 휴무로 평일 쇼핑이 어려운 맞벌이 부부, 1인가구 등의 불편이 증가하고 있고, 새벽배송은 수도권과 대도시 인근을 중심으로 시행돼 수도권-지방간 정주여건 격차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유통시장 경쟁구조가 대형마트대 골목상권에서 오프라인대 온라인으로 변화해 영업규제 도입 당시와 유통환경이 변화했다는게 정부 판단이다.
산업부는 국민들이 대표적으로 불편해하는 대형마트 영업규제 해소를 위해 국회 계류중인 유통법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는 한편 영업제한 해제로 인한 마트 근로자와 전통시장의 불만이 해소될 수 있도록 대형마트 및 관계부처와 협력해 지원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웹툰·웹소설 도서정가제 적용 제외
정부는 웹툰·웹소설 등 새로운 형식의 출판물에 대해선 도서정가제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새로운 시장인 웹콘텐츠 산업 활성화와 소비자 혜택 증진을 위해 웹툰·웹소설에 대한 적용방안과 영세서점 할인율 유연화를 포함하는 내용으로 도서정가제를 개선하기로 한 것.
도서정가제란 판매 목적의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해 소비자에게 정가대로 판매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때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상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해 판매 가능할 수 있다.
도서정가제는 최소 제작비용을 보전해 창작자와 출판사의 의욕을 고취하고, 서점간 과도한 할인 경쟁을 방지해 출판 생태계를 안정화하는 취지로 2003년 도입됐으며 2014년부터 제도 타당성을 3년마다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전자출판물에 해당하는 웹툰·웹소설도 현재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웹툰·웹소설이 새로운 형식으로 발행된 신생 콘텐츠로 산업구조 등에서 일반도서와 다른 특성을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도서정가제의 획일적 적용보다는 웹툰·웹소설을 위한 별도 적용방안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제도 타당성 검토 결과 역시 도서정가제는 효과성을 고려해 유지하는 대신 웹툰·웹소설은 별도 적용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는 도서정가제가 출판생태계를 보호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만큼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점은 창작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영역으로서 중요한 공간이지만 최근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과 독서율과 함께 책 수요가 감소하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위기에 처한 영세서점 활성화와 소비자들의 혜택을 늘리기 위한 할인율 유연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